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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인공지능 드론 연구 여성과학자 김현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2016-03-29l 조회수 3037

"서울에서 조형물 설치 작업을 하던 헬기가 추락해 탑승자들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죠. 인공지능을 탑재한 무인 항공(드론)이 사람을 대신해 위험한 작업이나 구조활동을 했더라면…."

 

2001년 서울 하늘 아래에서 발생한 헬기 추락 사건은 그의 연구 목표를 결정짓는 계기가 됐다. 올림픽대교 상판에 조형물 설치 작업을 하던 육군 헬기가 조형물과 부딪혀 탑승자 전원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자 미국에서 기계공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던 그는 사람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인공지능(AI) 드론 개발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갖게 됐다. 15년이 흘러 AI 알파고가 이세돌과 서울 하늘 아래에서 세기의 대결을 벌인 지금 그는 국내 유일의 AI 드론 연구자로 우뚝 서 있다. 바로 김현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다. 그는 드론이 카메라로 물체를 인식한 다음 이 물체를 스스로 조작하고 운반하는 과정을 세계 최초로 성공시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매일경제는 27일 김 교수와 만나 AI연구의 비전과 성공 가능성, 청년 스타트업 등 알파고와 이세돌 간 대국이 한국사회에 남긴 묵직한 과제들에 대해 허심탄회한 얘기를 들었다.

 

AI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뜨겁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신산업 육성 의지를 밝혔는데.

 

▷드론이나 로봇 등에 AI를 탑재해 활용도를 극대화하겠다는 움직임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AI 전공학생을 서로 데려가려고 하는 추세가 여러 해 됐다. 대기업에서도 AI·로봇 분야가 향후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판단해 관련 전공 인력을 뽑으려고 한다. 학교에서 배출되는 인력 공급이 수요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한국도 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 주도로 국가 차원에서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 지원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AI를 탑재한 로봇이나 드론이 활용되려면 알파고 같은 판단 능력뿐만 아니라 실제 기계의 동작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해외에서도 아직 기술 개발이 초기 단계다.

 

AI와 접목하면 드론이 여러 산업에 침투해 큰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중국의 드론회사 DJI 2006년에 설립됐는데 제대로 제품을 판매한 것은 2013년부터다. 지금은 연매출 1조원 회사로 성장했다. 1인 취미용 드론 시장은 성장세가 둔화되겠지만 농약 살포용 드론처럼 실제 산업에 응용하는 신시장은 이제 막 열렸다.

 

단순히 드론을 제조하는 하드웨어 시장은 이미 중국 등이 규모의 경제를 구축했기 때문에 시장 장악이 어렵다. 한국이 드론을 여러 용도로 활용하는 데 필요한 소프트웨어 쪽에 집중해야 부가가치를 늘릴 수 있다. AI와 드론 플랫폼을 합치는 연구 등을 통해 신시장을 창출해야 한다.

 

―한국의 드론 기업과 연구성과는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인가.

 

DJI의 경우 직원 5000명 중 연구원만 1000명에 달한다. 그중 상당수는 전자공학, 영상처리, 제어 알고리즘 기반의 연구원들이다. 단순히 드론 플랫폼을 잘 만들고 개선하는 연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연구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가 긴장해야 하는 이유다. 대학 연구는 기술적으로 큰 격차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지원 규모의 차이가 크다. 유럽 쪽에서는 1년에 20억원 이상을 투자해 4~5년간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과제들이 여럿 진행되고 있다. 이미 드론 플랫폼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논문을 쓰기 어려운 수준으로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AI시대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경직된 학과 간 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봇·드론 연구로 예를 들면 기계공학 전자공학 전산재료공학 등 여러 공학 분야의 융합이 필요하다. 가령 생체모방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물과와 협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메커니즘을 만들기 위해서 융합 연구는 필수다.

 

미국 UC버클리에서는 기계공학 학위자도 전자, 전산, 수학 등의 과목을 듣는 데 전혀 제약이 없었다. 나는 제어 쪽 연구를 하기 위해 유학을 갔지만 AI에 관심을 갖게 돼 타 분야 수업을 많이 들었다. 학위는 기계공학으로 받았지만 지도교수는 전기공학과 교수였다. 자연스럽게 여러 분야를 접목해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는 것이다.

 

―연구자들이 '당장 성과가 나오는 연구'에 목매는 현실에서는 한국판 '알파고'가 나오기 어렵지 않나.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는 말이 한국에서는 굉장히 어렵다. 교수 입장에서 대학 측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논문 편수를 늘려야 한다. 그러려면 이미 뜬 분야 혹은 뜨고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논문 시장이 이미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대박'은 남들이 안 하는 분야에서 연구 성과를 내서 새로운 논문 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과제를 따거나 실적 평가를 생각해 1~2년 안에 성과가 나오는 연구를 하게 된다. 정작 큰 열매는 위에 있는데 가까운 데 있는 작은 열매만 빨리 바구니에 담으려는 '유혹'을 뿌리치기가 어려운 환경이다.

 

―학계에서는 정부 지원 연구 과제를 평가할 때 '정성적 평가'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최근에 양보다 질적인 평가를 늘리는 추세긴 하지만 여전히 '유명 저널에 논문이 몇 편 실렸는가'가 평가 잣대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해외에서는 논문이 어디에 실렸는지보다 연구 내용을 더 중요하게 평가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어느 창구(저널)로 결과를 내보냈느냐에 더 무게를 둔다. SCI급 논문이 연구의 목표가 된다면 '창조적 연구'가 나오기 힘들다.

 

정성적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논문 자체를 놓고 전문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교수 업적 평가 시 관련 분야의 평판(Reputation) 평가도 강화돼야 한다. ''을 따질 수 있는 자체적인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외부의 '양적 평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내 박사 과정 학생들은 창업보다는 연구소나 대기업 취직을 선호한다.

 

▷미국 대학원생들의 가장 큰 로망 중 하나는 창업해서 성공하는 것이다. 사실 한국의 박사 과정 학생들은 한눈을 팔 시간이 별로 없다. 창업을 위해서는 자신이 하고 있는 연구 분야가 산업이나 사회적 가치에 어떻게 연결될지를 생각해보는 식견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 학생들은 너무 바쁘다. 한국 교수들은 연구 외에 해야 하는 보고서, 과제, 회의 등이 많다. 이 같은 부담이 대학원생들에게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대학원 시스템에서는 특허·기술 등이 평가에 반영되지 않고 오로지 논문만으로 학생들을 평가한다.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창업을 시도해보는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다.

 

―연구를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가까운 미래에는 구조작업이나 어려운 작업을 드론이 대신하고, 드론이 택배 배달을 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AI 등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29세에 서울대 최연소 교수창업나선 학생 아낌없는 지원  

김현진 교수(41) 2004년에 최연소(당시 29)로 서울대 교수에 임용돼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광주과학고를 나와 카이스트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미국 UC버클리에서 기계공학 석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버클리대에서 2년 동안 정식 강사와 연구원 생활을 했다. 미국 박사과정 유학 시절인 2001년 올림픽대교 헬기 추락 사고 소식을 접하고 인공지능을 탑재한 드론이 사람 대신 위험한 구조 활동이나 작업 등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 에 주목해 관련 분야 연구를 결심했다.

 

김 교수는 벤처 창업에도 관심이 많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율비행이 가능한 AI 기반 드론 개발업체인 스타트업 유비파이(UVify) 도약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다.

 

임현 유비파이 대표는 김 교수 연구실에서 기계항공공학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2014년 이 회사를 설립했다.

 

김 교수는 유비파이 같은 연구 기반 스타트업들이 더 많이 쏟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는" 연구실에서 할수 있는 연구는 한계가 있다" "기술을 적용해 사업화하고 수익을 내는 도전을 할수 있는 기술 스타트업이 연구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에서 기술을 갖춘 대학원생을 배출하고 이들이 기술 기반 회사를 창업하고 관련 기술이 대기업으로 확산되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비로소 국내 인공지능 연구가 추종자 라는 한계를 벗을 수 있다는 것이다.


=> 기사링크 :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6&no=227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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