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우주강국의 꿈 포기할 수 없다

2009-08-24l 조회수 2068

(본문내용)여섯 번의 연기 끝에 발사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나로호가 다시 기술적 결함 발견으로 연기하게 됐다. 인공위성을 자체 힘으로 발사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려는 기술진을 좌절케 하고, 또한 발사 성공을 기다리고 있던 많은 국민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자동발사 시퀀스 프로그램이 발사체 각 부위에 설치된 센서에서 수집된 데이터 중 고압탱크의 압력이 정상보다 낮은 것을 발견해 카운트다운을 중지한 것이다.

이 탱크에 저장된 고압 헬륨이 액체산소와 연료의 흐름을 조절하는 밸브를 작동시키는 것으로, 만일 그냥 발사됐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조그만 기술적인 문제도 막상 국내 전문가들은 자세히 알지 못한다. 1단 액체로켓 구매계약에 의하면 우리의 기술자들은 알 수도 없고 알아서도 안 되는 것이다.

나로호를 처음 계획할 때 너무 무리하게 목표를 세웠던 것이 문제의 시발이었다고 생각된다. 처음 계획 때 2005년 발사를 목표로 했으니 그 짧은 기간 내에 가압 펌프식 액체로켓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우리로서는 애초 발사 일정상 해외로부터 기술을 도입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1단 액체로켓을 구입하는 방법을 택했지만, 결국 발사일은 4년 늦어진 2009년으로 밀렸고 급기야 이번 연기까지로 이어진 것이다. 우주강국으로 가는 길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으며, 기술이전 기피 분야에서 자체기술 확보를 통한 자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와의 이번 기술협력을 통해 배우고 있는 바도 많다. 발사체 전체 시스템 설계, 발사대 설계기술, 발사 전 철저한 테스트와 엄격한 준비과정 등은 우리가 어쩌면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서야 배울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번의 나로호 우주발사체 발사는 엄격히 말하면 성공 자체가 아주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번 개발사업의 목표는 소위 비행시험이다.

사실 국민의 관심이 온통 1단 액체로켓에 쏠려 있어 우리가 이미 확보한 기술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평가에 소홀히 한 면이 있다. 이번 2단 고체로켓 기술만 해도 그렇다. 1970년대부터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각고의 노력 끝에 개발한 고체로켓 기술은 국산 미사일 개발의 기반이 됐고 이번 로켓 개발의 밑거름이 됐다. 사실 일본만 해도 N-1 로켓 개발 시 고체로켓 기술은 미국회사에서 구매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구매한 고체로켓 때문에 두 번의 실패를 겪으며 자체기술 개발에 매진해 지금의 막강한 H-2 로켓의 위용을 전 세계에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발사체 기술은 정밀기계기술, 고성능재료, 정보기술(IT), 전자기술 등 현대 첨단기술의 집합체이다. 이들 기술을 우리는 항공우주비행체 개발을 위한 전후방기술이라고 일컫는다. 다행이 이들 분야에 대한 우리의 기술이 세계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이러한 높은 수준의 인접 기술을 최대로 활용하면서, 이번 발사 경험을 토대로 로켓기술 자립화에 매진하면 우리의 원대하지만 달성 가능한 우주비행선 개발 목표가 손안에 있게 될 것이다.

낯선 길 찾기에 유용하게 이용되는 자동차 내비게이션, 휴대전화를 통해 실시간 방송시청이 가능한 DMB 서비스 등이 보편화되고 있으며, 인공위성을 활용한 우주기술은 방송통신만이 아니라 이제는 교통·환경·해양·기상관측·재해감시·자원탐사 등 모든 영역으로 활용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라크전 등 최근의 전쟁에서 보여준 미국의 가공할 군사무기 위력의 배경에는 인공위성을 활용하는 우주기술이 있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더구나 우주기술은 첨단기술의 복합체로 신소재, 정보전자 등 첨단분야의 기술혁신을 주도하는 등 첨단전략기술로서 한 나라의 국력을 좌우하는 핵심기술이 되고 있다. 여기에 우리가 힘들지만 우주기술을 키워 나가려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다.

김승조 서울대교수·항공우주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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