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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이건우 교수, "잘 하는 기술 융합해 새 먹을거리 만들어야죠"

2008-12-02l 조회수 3374

"잘 하는 기술 융합해 새 먹을거리 만들어야죠"

차세대융합기술원장 이건우 서울대 교수

아직 시작 단계여서일까. 지난달 25일 찾아간 경기도 광교테크노벨리 차세대융합기술원은 좀 휑해 보였다. 솔직히 융합기술이란 용어 자체가 알 듯 말 듯하다. 서로 다른 기술들이 결합된다는 뜻인 듯한데, 그렇다면 이제까지 융합기술이 아닌 게 있단 말인가.

차세대융합기술원 원장인 이건우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뜻밖에 간단히 '실용적인' 해답을 내놓는다. 융합돼 좋은 기술이면 모두 융합기술이란다.

"교과서식으로 A와 B를 더해 A와 B가 나오면 복합기술, C가 나오면 융합기술이라고 하죠. 하지만 굳이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요. 융합기술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예컨대 프린터는 용지 구동은 기계설계, 글자 조합은 소프트웨어, 토너는 화학이 만난 융합기술 제품이죠. 새로운 시대엔 바이오칩같이 새로운 융합기술이 나타날 뿐입니다."

이 교수는 컴퓨터를 통한 설계, 즉 CAD(Computer Aided Design) 분야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 권위자다. 기계 좀 만진다 하는 공학도라면 누구나 다룰 줄 알아야 하는 프로그램이 CAD다. 그가 쓴 'CAD/CAM/CAE 시스템의 원리'는 1999년 출간된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교과서다. 유학시절 박사학위도 따기 전에 미국 일리노이공대 조교수가 되기도 했다. 올해엔 일본기계학회가 수여하는 공적상을 외국인 최초로 받았다.

그러던 그가 이젠 융합기술 전도사가 됐다. "외국엔 듣도 보도 못한 기술을 터뜨리는 천재들이 있습니다. 우리도 세계 10위 경제대국인데 이미 있는 것을 개선하는 일밖에 못하나 갑갑했죠. 뭔가 발상이 전환된 기술이 나오려면 전혀 다른 분야 연구자들이 머리를 맞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4년 전 경기도에서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를 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3쪽짜리 융합기술연구원 제안서를 들고 손학규 지사를 찾아갔더니 그 자리에서 OK 하시더라고요."

교통사고로 전신이 거의 마비된 '한국의 스티븐 호킹'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와 인연을 맺으면서 융합기술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계기를 맞았다. "처음 이상묵 교수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경암학술상 후보에 올랐던 상태였죠. 상금을 타면 이 교수에게 줘야겠다 생각했는데 정말 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받으면 마음이 변할 것 같더라고요(웃음). 그래서 경암학술재단 측에 전화해 이 교수에게 직접 주라고 했더니 재단 측에서 그럼 따로 1억원을 또 주겠다더라고요. 그래서 그 돈으로 이 교수와 함께 장애인의료장비기술지원센터를 만들었습니다."

장애인의료장비기술지원센터는 차세대융합기술원이 개원하면서 산하 연구센터가 됐다. "장애인을 위한 한국말 음성인식시스템을 연구 중입니다. 사실 장애인 의료설비야말로 융합기술이 절실합니다. 기계공학, IT, 의료기술은 물론 장애인이 어떻게 느끼는지 알려면 심리학까지 동원돼야 하죠."

하지만 경제가 어려운 이때 연구개발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을까. "상품성 없는 제품은 전략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아요. 우리가 강점을 가진 분야를 업그레이드해야 합니다."

서울대가 1일 석사과정 48명, 박사과정 24명 등 신입생을 모집해 내년 봄 문을 열 융합기술대학원도 이런 점을 반영해 학과를 만들었다. "나노융합학과는 반도체산업, 디지털정보융합학과는 디지털콘텐츠산업, 지능형융합시스템학과는 자동차산업과 로봇산업을 기반으로 삼고 있습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아니라 반도체, 자동차, IT 등 우리가 이미 강점을 갖고 있는 걸 융합해 새로운 먹을거리를 만든 겁니다."

사실 지금은 효율적인 연구개발만 된다면 선진국에 들어설 좋은 기회다. "연구비는 풍족합니다. 문제는 심사입니다. 융합기술과제는 서로 다른 분야 전문가가 함께 수행하는 연구라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 함께 평가해야 합니다."

[박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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