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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동아]이경수 교수,교통사고 사망자 ‘0’에 도전한다

2012-12-10l 조회수 1519




차량동역학 및 제어연구실
교통사고 사망자 ‘0’에 도전한다



2012년 5월 미국 구글의 무인 자동차(구글카)가 미국 네바다주에서 자동차면허를 취득했다.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무인자동차가 자동차면허를 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인 자동차에는 ‘스마트카’에 필요한 거의 모든 기술이 집약돼 있다. 근처 차량이나 장애물까지 거리를 인지하는 센서, 앞 차량과 충돌하지 않고 거리를 유지하며 주행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자동 주차까지 가능해지고 있다. 서울대 차량동역학 및 제어연구실은 스마트카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2020년까지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0명’이 연구실의 당찬 목표다.
- 글·사진 이우상 기자



이제는 자동차 안전도 멀티코어시대


‘펜티엄’, ‘펜티엄2’라는 명칭이 익숙한 2000년대 초만 해도 컴퓨터의 CPU(중앙처리장치)의 처리회로(코어)가 1개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굳이 ‘싱글코어’라는 말이 필요없었다. 그런데 2005년 코어가 2개인 듀얼코어 CPU가 나오면서 ‘멀티코어’라는 말이 생겨났고, 최근에는 코어가 4개인 쿼드코어 CPU도 등장했다. 멀티코어는 동급 성능을 발휘하는 싱글코어에 비해 전력효율이 좋고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능력인 멀티태스킹 성능이 더 뛰어나다.
그런데 컴퓨터 CPU의 성능이 차량동역학 및 제어연구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이경수 서울대 교수가 이끄는 차량동역학 및 제어연구실은 자동차 섀시(chassis, 차대)를 ‘스마트’하게 제어하는 방안을 연구한다. 섀시란 차가 달리는 데 필요한 엔진, 동력전달장치, 서스펜션, 브레이크, 조향장치 등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섀시를 전자적으로 제어하는 역할은 자동차 내 ECU(전자제어유닛)가 담당한다. ECU의 핵심부품이 바로 CPU다. 멀티코어, 쿼드코어 등 코어가 많은 CPU일수록 ECU는 한 번에 여러 장치를 빠르게 제어할 수 있다.
ECU에 쓰이는 CPU는 현재 싱글코어에서 멀티코어로 가는 과도기 단계다. 연구실은 자동차 섀시 제어 분야에서 멀티코어 연구를 세계적으로 선도하고 있다.
섀시를 전자적으로 잘 제어하면 운전자가 미숙해도 자동차를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다. 빗길이나 빙판에서 미끄러지거나 잘 전복되지도 않는다. 섀시의 전자제어가 미숙한 운전자의 안전운행 조력자인 셈이다.
현재 쓰는 싱글코어 ECU를 멀티코어 ECU로 바꾸면 어떤 점이 좋아질까.
“싱글코어 CPU가 들어간 ECU는 1개의 코어로 계산한 결과를 바탕으로 섀시를 독단적으로 제어했다면, 멀티코어 ECU는 여러 개의 코어가 서로의 계산 결과를 감시하고 평가한 후 섀시를 제어합니다.”
멀티코어 ECU의 장점에 대한 이 교수의 설명이다. 지난 4월 미국 자동차공학학회(SAE)는 이 교수가 쓴 멀티코어를 이용해 섀시를 제어하는 알고리듬에 대한 논문을 ‘최고의 논문’으로 선정했다. 이 교수가 논문에서 제안한 코어의 수는 3개다. 이 교수는 “이번에 발표한 알고리듬을 이용하면 오류가 발생할 확률을 기존에 비해 1000분의 1로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통사고 줄이는 비결


이 교수팀의 목표는 스마트카 기술을 상용화해 2020년까지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를 0명으로 줄이는 것이다. ECU에 대한 연구는 스마트카 시대를 열기 위한 초석이다.
교통사고를 줄이려면 먼저 어떤 상황에서 교통사고가 잘 일어나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 교수는 “교통사고 중 70%가 정면추돌, 측면추돌, 교차로 위 사고로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정면추돌은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유지하지 못해 발생하며 측면 추돌은 주로 차선을 바꿀 때 일어난다. 교차로에서는 신호를 위반하거나 운전자가 미숙할 때 사고가 발생한다.
정면추돌, 측면추돌, 교차로 사고와 같은 유형의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기초 기술은 이미 대부분 개발돼 있다. 스마트 크루즈 트롤(SCC) 기술을 사용하면 정면추돌로 인한 교통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차체의 레이저나 적외선 센서가 장애물이 가까워졌다는 정보를 알아내면 차량 내 컴퓨터가 자동차 속도를 줄이거나 정지하도록 명령하기 때문이다. 아니면 아예 인접한 차량끼리 신호를 주고받거나 정확한 위치 정보를 이용해 자동차들이 스스로 피해가도록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의 기술로 100%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 각종 센서가 얻은 정보를 처리하는 컴퓨터의 계산 결과가 언제나 완벽하게 정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 한 번의 오류로 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미국 네바다 주가 구글의 무인자동차에 운전면허를 허가하면서도주행 중 의무적으로 2명이 동승하게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교수는 센서로 주변 상황을 인지하고 컴퓨터가 내리는 결정의 신뢰성을 높이는 연구를 하고 있다. 싱글코어 대신 멀티코어를 이용하고, 신뢰도 높은 알고리듬을 개발하는 것도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현재 이 교수팀은 알고리듬 같은 소프트웨어를, 장래혁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팀은 센서 등의 하드웨어를 맡아 협력하고 있다.



무인자동차가 큰 이유는


연구실을 방문했을 때 뉴스에서만 보던 무인자동차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커다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천장에 여러 대의 카메라가 달린 모습은 구글의 무인자동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구글 무인자동차도 그렇고 왜 무인자동차는 대부분 이렇게 커다란 자동차일까. 무인자동차 경진대회에 출전하는 자동차들을 봐도 하나같이 커다란 SUV다.
“카메라를 설치하는 위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더 정확한 전방시각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 차체 내 공간이 넓어 많은 부피를 차지하는 컴퓨터를 설치하기 쉽죠.”
안내를 해주던 최재웅 연구원이 이유를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예전 그랜저로 연구할 때는 내부 공간이 너무 좁아 교수님께 사정사정해 SUV로 실험차종을 바꿨다”는 실험 비화도 털어놓았다. 정말로 무인자동차의 트렁크를 열어보니 차량용 특수컴퓨터가 빼곡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최 연구원은 또 차체 바깥으로 삐죽이 튀어나와 있는 적외선 센서들을 가리키며 “무인자동차 기술이 상용화되면 이런 센서들은 모두 차 내부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센서가 외부 환경을 감지해 띄운 모니터 영상도 직접 확인했다. 연구원들이 차량 근처에서 움직이자 모니터한마디속 하얀 점 또한 오차 없이 움직였다. 주변 사물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미래 자동차 안전을 지키는 기본이다.
미래 자동차 연구에 동참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이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수학”이라며, 특히 “벡터와 미적분, 행렬에 기본실력이 탄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알고리듬 연구와 수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ECU가 그랬듯 스마트 자동차의 다른 기술들도 실용화 단계를 넘어 의무화되는 필수기술이 될 것이다. 스마트 자동차 기술의 발전으로 하루빨리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0이 되는 미래가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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