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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충돌없이 스스로… 물고기 떼처럼 차가 달린다” 서울대 교수들이 말하는 ‘내일’

2011-07-08l 조회수 2286

(본문내용)“앞으로 자동차는 ‘탈것’이라는 가치보다 ‘나만의 주거 공간’이라는 생각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자동차는 더욱 편하고 안락하고 친밀한 대상이 돼야 할 것입니다.”

장수홍 서울대 미대 교수(전임 학장)의 말에 서울대 기계공학과 교수들이 놀랐다. 자동차는 ‘빠르고’ ‘안전해야’ 한다는 인식만 갖고 미래기술을 논의할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이었다. 지난해 9월 학문 간의 벽을 허물고 국가의 미래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대의 학장급 교수들이 처음 만난 뒤 이런 놀라움은 계속됐다.

‘융복합 학문시대 국가 미래 R&D 어젠다 발굴을 위한 기획연구’를 위해 지난 10개월간 서울대 교수 27명은 매달 2∼4차례씩 만났다. 학장급 교수들은 세부 분야 전문가인 담당 교수를 대동하기도 했다. “생각의 지평이 열렸다”는 그들의 경험담을 간접적으로 느껴보기 위해 본보는 서울대의 전현직 학장 5명과 교수 6명을 만나 가까운 미래에 나타날 융복합 대표 기술을 알아봤다.

○ IT와 기계공학이 만나면 ‘지능형 전기자동차’

도로가 막히는 이유는 수없이 많지만 ‘교통사고’와 ‘흐름을 막는 이상 운전’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만약 사고가 일어나지 않고 도로 간격이 좁아져도 차량이 질서정연하게 빠져나간다면 정체는 지금보다 많이 줄어들 수 있다. 따라서 미래에는 차량이 스스로 주변 차량과 거리를 계산해 가장 효율적으로 운행하는 기술이 각광받을 가능성이 높다.

서승우 지능형자동차IT(IVIT)연구센터장은 “전자·통신 기술을 자동차 기술에 융합하면 길이 막히지 않도록 달리는 지능형자동차를 개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차의 앞·뒤·옆에 부착된 센서들이 주변 차량의 움직임과 장애물을 감지해 부딪치지 않고 최적의 경로로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능형자동차를 만들려면 차량끼리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무선통신 기술은 물론 갑작스러운 방향전환이 가능한 자동차 기술도 필요하다.

서 센터장은 “수천 마리가 동시에 이동해도 충돌하지 않는 물고기 떼를 연구하려면 생물학도 필요하다”며 “그들의 움직임은 무리를 이뤄 가장 효율적으로 막힘없이 움직이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 약학과 예술이 만나면 ‘먹기 좋은 신약’

작은 알약에도 ‘디자인’이 숨어있다. 약은 형태와 색깔에 따라 적정한 복용량이 있고 먹을 때의 거부감도 줄어든다. 서영거 서울대 약대 학장은 “약은 이미 융합 학문”이라며 “약학 외에 기초과학, 화학공학, 통계학, 식품영양학, 디자인을 알아야 약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약은 종류별로 디자인이 다르다. 약물 성분이 흡수되는 곳이 위인지 장인지에 따라 겉을 둘러싸는 코팅 성분이 결정된다. 간단한 복용은 물론이고 소비자의 구매욕을 높이는 의도도 담겨있다. 예를 들어 한 번에 많은 용량을 복용해야 하는 항암제는 약이 크기 때문에 잘 넘길 수 있도록 부드러운 코팅을 한다. 비아그라는 구매욕을 자극하기 위해 천편일률적인 동그란 알약 형태에서 벗어나 마름모꼴로 만들었다. 서 학장은 “소비자가 약을 접했을 때 거부감이 들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어린이가 쥐기 쉬운 약병이나 화려한 색의 동물 모양 알약은 디자인이 융합된 예”라고 말했다.

○ 에너지와 기초과학이 만나면 ‘고효율 전지’

융합으로 가장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는 분야로는 에너지가 꼽힌다. 생물학, 나노기술, 기계공학이 에너지와 융합하면 효율이 높은 전지를 만들 수 있다. 이종섭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전임 학장)는 “자연계에서 에너지 효율이 가장 높은 전환 방법은 식물의 광합성”이라며 “40%의 효율을 가진 광합성을 태양전지에 적용하면 현재 15∼20%에 불과한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에는 광합성 과정에서 수소 이온이 발생한다는 사실도 알려져 이를 연료전지용 수소 생산에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김민수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전기자동차가 최근 이슈가 되는 ‘지능형전력망(스마트그리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는 전기자동차가 많아지면 ‘움직이는 배터리’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심야에 가정에서 남는 전기를 자동차에 충전한 뒤 업무시간에는 출근한 곳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김 교수는 “충전·방전에 따른 요금의 부과와 절감을 정확히 계산하려면 정보기술(IT)도 융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세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july@donga.com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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