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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조규진 교수팀, 파리지옥 로봇 탄생

2011-11-02l 조회수 2661

(본문내용)
파리가 앉으면 0.1초 만에 잎이 닫히는… '공포의 식물' 모방
韓·美서 잇달아 발표, 가로·세로 방향 잎구조 그대로… 안면마비 손상 근육이나 눈·심장 근육 손상에 활용 가능

돌기가 밖으로 나 있는 타원형 잎이 양쪽으로 벌어져 있다. 파리가 향긋한 냄새에 이끌려 안쪽에 앉으면 순식간에 잎이 닫힌다. 파리를 잡아먹는 식충(食蟲) 식물 '파리지옥'이다. 최근 한국과 미국 과학자들이 파리지옥을 모방한 로봇을 잇달아 발표했다. 실험실에 파리가 많이 꼬여서가 아니다. 과학자들은 파리지옥을 모방한 기술이 손바닥만 한 미세 로봇의 동력이나, 안면마비 환자의 잃어버린 표정을 되살릴 인공근육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리에겐 지옥이지만 환자에겐 천국인 로봇이다.

◇0.1초 만에 닫히는 잎 모방

과학자들이 파리지옥에 주목한 것은 잎이 닫히는 엄청난 속도다. 파리지옥의 잎은 파리가 앉자마자 0.1초 만에 닫힌다. 그처럼 빠른 속도로 모양이 변하는 물질을 만들면 로봇이나 인공근육 등 다양한 곳에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파리지옥의 잎은 수액(樹液)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모양이 바뀐다. 하지만 수액만으로는 그토록 빠른 속도를 설명하지 못한다. 2005년 미 하버드대의 마하데반(Mahadevan) 교수는 '네이처'지에 파리지옥의 잎이 그토록 빠르게 모양이 변하는 것은 수액보다는 잎 자체의 구조적 특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파리지옥의 잎을 이루는 섬유질은 한 층은 가로 방향으로, 다른 층은 세로 방향으로 배열돼 있다. 덕분에 상황에 따라 두 가지 형태가 가능하다. 이를테면 평소엔 가로 방향의 섬유질이 잎 모양을 만들어 밖으로 벌어져 있다가, 파리가 닿으면서 수액이 흐르면 순식간에 세로 방향 섬유질이 형태를 주도해 잎이 닫힌다.

조규진 서울대 교수(기계항공공학부)는 지난 5월 국제전기전자학회(IEEE) 국제학회에서 탄소섬유로 만든 파리지옥 로봇을 발표했다. 로봇의 잎은 실제 파리지옥처럼 탄소섬유가 한 층은 가로로, 다른 층은 세로로 연결돼 있다. 파리가 닿으면 두 잎 사이의 형상기억합금 스프링이 당겨지면서 순식간에 모양이 바깥으로 벌어진 형태에서 안으로 오그라드는 모양으로 바뀐다.

조 교수는 "초소형 로봇을 위해 모터를 작게 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탄소섬유 잎은 파리지옥처럼 0.1초 만에 모양을 바꿀 수 있어 초소형 로봇의 집게나 날개의 인공근육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비 환자를 위한 인공근육도 가능

미국 메인대 샤힌푸르(Shahinpoor) 교수는 지난 8월 생체모방 분야 국제학술지에 '이온성 고분자-금속 복합체(IPMC)'란 물질로 만든 파리지옥 로봇을 발표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가 처음 개발한 IPMC는 전기가 흐르면 형태가 변하는 고분자 물질의 일종. 미세한 전압 변화에 막 내부의 전기를 띤 이온과 수분이 이동하면서 모양이 휘어진다. 나사는 1990년대부터 소형우주탐사 로봇의 집게나 날개 등에 이 물질을 쓰고 있다.

메인대 연구진이 만든 파리지옥 로봇은 잎과 돌기가 이런 고분자 막으로 이뤄져 있다. 파리가 돌기에 닿으면 전극에 전압 변화가 생기고, 이어 고분자 막에서 이온이 이동해 마주 보는 두 잎이 순식간에 달라붙는다.

연구진은 파리지옥처럼 순식간에 모양이 변하는 고분자-금속 복합체는 의료계에서 먼저 실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를 들어 파리지옥을 만든 부드러운 고분자 물질을 안면 마비 환자의 손상된 근육 대신 이식한다. 환자가 어떤 표정을 생각하면 해당하는 전기신호를 포착해 고분자 물질에 전달한다. 그러면 고분자 물질이 파리지옥 잎이 움직이듯 순식간에 모양이 변해 원하는 표정을 만든다.

샤힌푸르 교수는 "눈이나 심장 근육이 손상된 경우에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물고기 로봇에도 적용할 수 있다. 네바다대의 김진광 교수는 샤힌푸르 교수팀의 고분자 물질로 물고기 로봇의 지느러미를 만든 바 있다.

◇파리로 영양분 얻는 로봇도 가능

파리지옥 로봇을 실제로 파리를 잡는 데 쓸 수는 없을까. 영국 브리스톨 로봇연구실의 이에로풀로스(Ieropoulos) 교수는 몇 년 전 곤충이나 음식쓰레기에서 전기를 얻는 로봇 '에코봇(Ecobot)'을 만들었다. 로봇에 파리나 음식쓰레기를 주면 박테리아가 이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전기를 만든다. 이에로풀로스 교수는 "파리지옥 로봇 기술을 적용하면 원료 공급과 전기 생산 모두를 독자적으로 해내는 로봇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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